목사의 아내는 고달프다. 가정에서는 한 남자의 부인이자 아이들의 어머니요, 교회에서는 개교회를 대표하는 목사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잘해도 잘한건 “사모니까”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잘못하면 “아니, 사모가?”하고 욕을 바가지로 먹기 일쑤다.
 
멋있게 옷을 입으면 사모가 사치한다 그러고, 수수하게 입으면 교회 수준에 맞지 않게 촌스럽다고 한다. 교회 일에 적극적이면 사모가 설쳐댄다 하고, 가만히 있으면 사모가 게을러 빠졌다고 한다. 남이 하는 대화에 조심스러워 가만 있으면 사모가 교회 일에 관심 없다 하고, 대화에 끼어들면 수다쟁이라 한다. 어느 장단에 춤춰야 될지 모른다. 잘나도 탈이요 못나도 탈이다.
 
목사의 아내도 한 사람의 인간이며 인격체다. 목사와 결혼한 죄(?)로 천지사방의 공공의 적이 된다면 그건 곤란하다.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수명이 7년 오래 사는 데도 사모들의 평균수명은 목사보다 짧다는걸 아는가? 그만큼 받은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여성위주의 교회에서 인기 있는 목사를 남편으로 둔 사모라면, 전쟁터에 남편을 보낸 군인의 아내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담임목사를 사랑하는 성도라 할지라도 사모까지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모는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우도 있고 심하면 라이벌 의식으로 괜히 동네북이 되기도 한다.
 
사모(師母)란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교회에서는 목사의 부인을 지칭한다. 사모는 공식적인 직함은 아니기에 사례비도 권한도 없다. 하지만 목사의 부인으로서 영향력은 대단하다. 사모의 역할여부에 따라서 교회 분위기가 스위트홈이 되는가 하면 전쟁터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모도 나름대로의 일이 있고 인생이 있다. 목사야 교회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대접도 받지만 사모는 그럴 기회가 많지 않다. 대접은 고사하고 욕이나 안먹으면 다행이다. 어항속의 금붕어는 먹고 자는것과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다 드러난다. 사모의 삶도 마찬가지다. 교회에서 목사의 가정이 노출되어 있기에 잘해도 말이요 못해도 말이다. 온갖 궂은 일은 다 하는데 칭찬은 커녕 판단만 돌아온다. 사모를 대하는 교회의 눈은 재판장처럼 엄격하다.
 
가게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도 자기 상품을 아끼고 귀중히 여긴다. 자동차 세일즈맨이 자기가 파는 자동차의 단점을 말하나? 보험세일즈맨이 자기가 판매하는 보험 상품을 험담하나? 자기가 다니는 교회와 목사를 사랑해야 한다. 사모와 그 가족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사모님 사모님, 우리들의 사모님, 사랑합니다” 이런 소리가 모든 교회에서 널리 울려 퍼진다면 교회의 분위기가 얼마나 좋아질까?
 
사모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사모의 삶에 눈높이를 맞추어야 한다. ‘너희가 사모의 마음을 아느냐?’이것은 한국교회에 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일 것이다.
 
2014-12-19
김 봉 준 목사 (아홉길사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