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 목사 (아홉길사랑교회)
2015-10-27
 
얼마전 최전방 철책선에서 두 명의 국군장병이 북한의 목함지뢰에 다리를 잃었다. 이 사건의 여파는 남북의 전면전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나 역시 군시절 지뢰사고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이 사고는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시골 어느 농가에 도마뱀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주인집 처마 밑에서 살며 벌레나 잡아 먹는 순박한 도마뱀이었다. 하루는 집주인이 “저 도마뱀이 눈에 거슬리니 죽여야겠다.”고 결심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어느날 도마뱀이 한가로이 뜰을 기어다니고 있는데 그 모습이 농부의 눈에 들어왔다. 농부는 이 기회를 놓칠새라, 도끼를 들고 정조준하여 내리쳤다. 도마뱀은 가까스로 피했고 도끼날은 아슬아슬하게 도마뱀의 꼬리만을 잘랐다. 간이 콩알만해진 도마뱀은 얼른 바위 틈으로 몸을 숨겼다.
농부는 아차 싶었다. 그대로 있다가는 도마뱀의 복수심에 자기가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래서 그는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포했다. 바위 틈에 들어간 도마뱀에게 “얘, 우리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이 말을 들은 도마뱀은 기가 막혔다. “옛끼 여보슈, 그런 말 마시오! 내가 언제 싸우자고 했소? 당신이 일방적으로 공격했지! 당신이 아무리 화해하자고 해도 잘린 내 꼬리를 볼 때마다 속이 뒤집어질 텐데 어떻게 당신 말을 믿을 수 있단 말이요?”
화해는 일방통행이 아니다. 한쪽에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주어야 화해가 성립되는 것이지, 자신의 잘못은 인정치 않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화해를 요구한다면 그건 새로운 도발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상대방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성질대로 퍼붓고는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포하는 사람이 있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화해는 화해가 될 수 없다. 하는 쪽의 진실과 받아들이는 쪽의 용납이 서로 통해야 한다. 무심코 행한 나의 공격이 상대방에겐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잘못은 인정치 않고 상대방의 잘못만을 지적하고 화해하자고 한다면 그건 화해가 아닐뿐더러 앞으로도 계속 상대방을 비난할 건수를 제공해 주는 것이기에 화해가 될 수 없다.
화해란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주어야 화해가 성립된다. 화해는 일방통행이 아니다.